농부의 노트 · 감귤류
아버지가 심은 나무, 지금 이렇게 고릅니다
1987년, 아버지가 처음 심은 게 감귤나무였습니다. 지금 그 자리에는 한라봉과 천혜향, 레드향 같은 만감류가 자랍니다. 겨울이면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게 있습니다. 어떻게 골라야 맛있는 걸 고르냐고요.

품종마다 다른 얼굴
한라봉은 꼭지가 톡 튀어나온 게 특징입니다. 껍질은 두껍고 거친 편이지만, 그 안의 과육은 부드럽고 단맛이 진합니다. 수확은 1월부터 3월 사이입니다.
천혜향은 반대로 껍질이 얇고 매끈해서 손으로 까기 편합니다. 신맛이 적고 향이 풍부해서, 신 걸 못 드시는 분들도 잘 드십니다. 1월부터 4월까지 나옵니다.
레드향은 이름처럼 색이 붉은 기가 돌아서 멀리서 보면 다홍색 같습니다.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 선물용으로도 많이 나가고, 11월부터 4월까지로 나오는 기간이 셋 중 가장 깁니다.
고르는 법
저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. 크기보다 무게를 보시라고요. 같은 크기라면 묵직한 쪽이 즙이 많습니다. 색은 진한 주황일수록, 껍질은 매끈할수록 당도가 높은 편입니다. 한라봉이라면 꼭지 주변이 바싹 마르지 않고 단단한 걸 고르시면 됩니다. 꼭지가 들떠 있으면 수분이 빠졌다는 신호입니다.
먹는 법, 보관법
바로 드실 거면 살짝 탄력 있는 걸로, 두고 드실 거면 단단한 걸로 고르세요. 실온 18~22도에서 하루 이틀 두면 당도와 향이 더 살아납니다. 오래 두실 거면 씻지 마시고 키친타올로 하나씩 감싸 냉장 채소칸에 넣으시면 됩니다. 무른 것 하나가 곰팡이를 주변까지 번지게 하니, 상한 게 있으면 먼저 골라내는 게 좋습니다.
참, 당도계에 찍히는 숫자(Brix)는 사실 물 100g에 녹은 당분이 몇 g인지를 재는 겁니다. 25가 찍히면 100g 중 25g이 당분이라는 뜻이죠. 대학 때 배운 것 중 지금 가장 자주 써먹는 지식입니다.
아버지가 심은 그 나무
아버지가 심은 나무에서 자란 감귤을, 지금은 제 손으로 골라 보냅니다. 그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.
